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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안 보인다. 저기가 바닥이겠거니 했는데, 아니다.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
아마도 무저갱에 발을 디딘 모양이다. 이래서야 어디... 인생을 리셋하거나 포맷하고 싶다. 결혼은 치킨게임이다. 나이 들면 출판 쪽은 얼씬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출판 선배들 중에 나이 들어 취직도 못하고 잡동사니 기획물을 들고 출판사에 머리 조아리며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온 터라, 이 다짐은 정말 굳셌다. 출판계의 퇴직 연령은 일반 직장보다 빠른 편이라 출판사를 차려서 독립을 하거나 외주 기획이나 교정 알바를 한다. 그도 아니면 나처럼 귀농을 하거나(젠장 현재로선 실패다!) 그나마 돈 좀 모아놓은 선배들은 치킨집을 차린다. 왜 하필 치킨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외식업으로 흘러가면 절반 이상이 치킨장사를 하더라. 그리고 말아먹는다. 그것도 홀라당. 타고 나기를 셈이 빠르지도 못하고 잇속 챙기는 부류가 아니라 장사는 애초에 글러 먹었다. 1인 출판사를 해볼까도 생각했었다. 처음 출판계에 뛰어들 때의 얘기다. 당시엔 머리가 핑핑 잘 돌 때이고, 게다가 터무니없는 자신감까지 충만한 상태였다. 지금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생각을 해낼 수가 없다. 심지어, 어제 읽은 책이, 어제 본 영화가 생각이 안 난다.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기도 하고,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후유증이라고도 한다. 내 경우엔 둘 다 해당된다. 망했다. 밤이 두렵고, 거칠다. 하루에 두 시간을 못 잔다. 숙면을 취해본 게 언제인가 싶다. 어제는 집 근처 카페베네에 앉아서 노트북 켜놓고 하릴없이 길거리만 내다보고 들어왔다. 커서를 보기 두렵다. 그것이 깜빡거릴 때마다 심장 박동이 더 빨라진다. 남의 글은 잘도 지적하고 처참하게 물어뜯으며 살아온 인간이 정작 자신의 글은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 카페베네의 구정물 같은 커피 때문에 더욱 짜증이 났다. 한상운의 새로운 소설들을 읽고 있다. 게임의 왕과 소년들의 밤. 여전히 한상운답다. 지적질하고 싶은 곳이 눈에 띄지만, 그냥 이대로도 좋다. 게임의 왕을 읽은 직후, 아직까진 그의 최고작이라 할 수 있는 <비정강호>가 다시 읽고 싶었는데, 책이 서울 집에 있다. 문득 다시 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 꺼내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것이 과연 일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블로그를 다시 살려야겠다. 언제는 살아 있기나 했나 싶지만, 어쨌거나 부활은 한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이젠 은둔 생활을 접고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탓에 사실상 익명의 공간이나 다름없는 인터넷 안에서조차 나는 겁쟁이였다. 삶은 공포고 협박이며, 공허함의 연속이다. 이것은 굴레고 수갑이고 족쇄와 항쇄이자, 단두대의 날카로운 이빨이다. 욕망과 자본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은 불가능하다. 부과된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없고, 그걸 용납하는 사회란 없다. 욕심 없어 이 짐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해도 그걸 휴식이라 부를 사람 역시 없다. 무소유의 삶의 형태는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 애초에 가진 것 없고 가질 능력조차 안 되는 사람이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겠다는 건 얼마나 웃기는 행태인가. 가져본 자만이 그걸 내려놓을 수도 있고, 더 가질 수도 있다. 일단, 무엇이라도 가져보자, 라는 게 지금의 내 생각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욕심을 좀 내보자는 것이다. 형틀에 묶여 신음하는 꼴사나운 짓거리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는 건 결코 아니다. 단 한 번도 손에 쥐어보지 않았던 그것을 움켜나 보고, 과감히 패대기치는 패기를 부려보겠다는 것이다. 아무려나,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그게 쉽사리 잡힌다면, 내가 지금 궁상을 떨며 개나 줘버릴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있을 턱이 없겠지.
조만간, 소설을, 이곳에, 연재를 할까 한다. 어차피 찾는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이라 연재하기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단편 몇 개 올려보고, 몇 가지의 연재소설 중에 하나를 꾸준히 올리려고 한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니까. 엄청난 상실감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부디, 건투할 수 있기를...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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